
혹시 분기마다 한 번씩 주식 커뮤니티에서 "오늘 조심해라", "장 마감 전에 빠져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6년 차 직장인으로 주식 투자를 하면서 네 마녀의 날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솔직히 막연한 두려움부터 들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몰라도 그냥 "위험한 날"이라는 이미지만 강하게 남아 있었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이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니, 단순한 공포보다는 시장 메커니즘을 읽는 중요한 신호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네 마녀의 날은 코스피 200 선물, 코스피 200 옵션, 개별 주식 선물, 개별 주식 옵션이라는 네 가지 파생상품의 만기일이 동시에 겹치는 날입니다. 이날 하루 거래량이 평소 대비 두 배 가까이 폭발하고, 장 마감 직전 수십 포인트씩 지수가 요동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네 마녀의 날, 정체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이름부터 뭔가 음산하게 들리는 '네 마녀의 날'은 사실 네 가지 파생상품 만기일이 겹친다는 뜻에서 유래했습니다. 파생상품(Derivatives)이란 주식, 채권 같은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금융상품을 말합니다. 여기서 파생상품이란 주식 같은 현물과 달리 처음부터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우리가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 원하는 시점에 언제든 팔 수 있지만, 선물과 옵션은 만기일까지 계약을 반드시 정리해야 합니다.
저는 이걸 호텔 체크아웃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다고 느꼈습니다. 체크인은 아무 때나 할 수 있지만, 체크아웃 시간은 정해져 있잖아요. 그 시간에 맞춰 사람들이 로비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혼잡해지는 것처럼, 만기일에는 엄청난 물량이 동시에 쏟아지면서 시장이 출렁이는 겁니다. 평소에는 이 네 가지 파생상품의 만기일이 서로 다른 날에 분산되어 있어 조용히 넘어가는데, 매 분기 두 번째 목요일인 3월, 6월, 9월, 12월에는 이 만기일이 전부 같은 날로 겹칩니다.
실제로 증권거래소 데이터를 보면 네 마녀의 날 하루 거래량이 평소의 약 1.8배에서 2배 수준까지 급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 거래가 많은 날이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문제는 이 물량이 장 마감 직전 단 몇 분 사이에 집중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오후 3시 20분부터 3시 30분 사이, 이 10분 동안 코스피 지수가 수십 포인트씩 요동치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면서 이게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 구조적 현상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선물옵션만기
주식 커뮤니티에서 네 마녀의 날이 언급되면 으레 "오늘 하락 조심", "무조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확인해 보니 이건 근거 없는 속설에 가까웠습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네 마녀의 날은 총 12번 있었는데, 코스피 기준으로 12번 중 9번이 상승 마감이었고 하락은 단 3번에 불과했습니다.
상승 확률만 따져도 75%에 달하고, 평균 등락률도 +0.77%로 오히려 상승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코스닥도 마찬가지로 12번 중 8번 상승하며 67%의 상승 확률을 보였고, 평균 등락률 역시 +0.55%로 플러스를 기록했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수치로는 2024년 3분기 네 마녀의 날에 코스피가 무려 2.34%나 상승했고, 2023년 3분기도 1.51% 올랐습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방향이 아니라 변동성(Volatility)입니다. 여기서 변동성이란 주가가 일정 기간 동안 얼마나 크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간에 그 폭이 평소보다 훨씬 크다는 의미입니다. 장 마감 직전 단 몇 분 사이에 지수가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모습은 네 마녀의 날에 일관되게 관찰되는 패턴입니다. 저는 이 점을 알고 나서 만기일 당일보다 오히려 그 전후 흐름을 주의 깊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만기일 변동성
그렇다면 의문이 생깁니다. 기관과 외국인은 왜 만기일 당일에 한꺼번에 정리하지 않고 미리미리 움직이는 걸까요? 다시 호텔 비유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체크아웃 시간이 오전 11시인데 짐이 엄청 많은 손님이라면, 11시 정각에 모든 짐을 빼려고 하면 엘리베이터가 막히고 로비가 마비됩니다. 그러니 눈치 있는 손님은 전날 밤부터 짐을 조금씩 빼놓는 거죠.
기관투자자들도 똑같은 전략을 씁니다. 만기일이 다가오면 수백억, 수천억 단위의 물량을 한꺼번에 정리하면 시장이 흔들리기 때문에, 만기 전 며칠에 걸쳐 조금씩 나눠서 정리해 나갑니다. 저는 이걸 증권사 HTS의 프로그램 매매 동향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매매(Program Trading)란 사람이 직접 주문을 내는 게 아니라 컴퓨터가 설정된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대량 주문을 집행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기관과 외국인의 대규모 물량 대부분이 이 방식으로 거래된다고 보면 됩니다.
네 마녀의 날이 다가올수록 이 프로그램 매매 수치가 평소보다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기관들이 슬슬 포지션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제 경험상 만기 3~4일 전부터 프로그램 매수·매도 차익 잔고를 확인하면, 어느 방향으로 물량이 쏠리는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기관이라고 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건 아닙니다. 콜옵션을 들고 있어 주가 상승으로 이익을 보는 기관도 있고, 풋옵션으로 하락에 배팅한 기관도 있기 때문에 방향을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겁니다. 만기일 하루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절반만 아는 겁니다. 진짜 게임은 그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장 마감 전략
드디어 만기일 당일입니다. 앞서 며칠간 조금씩 정리한 물량도 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남은 계약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구간이 바로 오후 3시 20분부터 3시 30분 사이입니다. 이 10분 구간을 업계에서는 '위칭 아워(Witching Hour)', 우리말로 '마녀의 시간'이라고 부릅니다. 3시 20분은 선물과 옵션의 최종 결제 가격을 결정하는 동시 호가 구간이며, 이때 확정된 코스피 현물 종가가 그대로 파생상품 결제 기준이 됩니다.
쉽게 말해 이 10분 안에 가격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만 있다면 엄청난 차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2010년 11월 11일, 외국계 증권사인 도이치 증권 계좌 하나에서 장 마감 10분 전 갑자기 2조 4,400억 원어치 주식이 한꺼번에 쏟아졌습니다. 그 결과 10분 만에 코스피가 53포인트, 약 2.7% 급락했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이건 단순한 대량 매도가 아니었습니다. 도이치 증권은 주식을 팔기 전에 이미 풋옵션을 매수해 두었고, 주가를 떨어뜨린 뒤 그 하락으로 448억 원의 이익을 챙겼습니다. 반대편 국내 투자자들은 1,400억 원 손실을 봤고, 이는 명백한 시세 조종으로 적발되었지만 주범인 외국인들이 재판에 불응하면서 제대로 된 처벌조차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알게 된 이후로 만기일 장 마감 직전에는 신규 진입을 최대한 자제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분석을 잘해도 이런 구조적 물량 앞에서는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단기 트레이더 입장에서 이 시간대는 가장 예측 불가능한 구간이며, 굳이 이 타이밍에 배팅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네 마녀의 날을 대하는 자세는 투자 스타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기 트레이더라면 장 마감 직전 신규 진입을 피하고, 만기 전 며칠간 프로그램 매매 동향을 체크하는 게 현명합니다. 반면 장기 투자자라면 이날 하루 출렁임은 그냥 노이즈에 불과합니다. 좋은 기업을 들고 있다면 오히려 변동성으로 인한 일시적 하락이 추가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면서, 막연한 공포보다는 시장 메커니즘을 읽는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결국 투자는 남들이 무서워하는 구조를 이해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라는 걸, 네 마녀의 날이 다시 한번 일깨워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