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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진짜 주인(사모펀드, 점주 피해, 자본주의의 작동)

by hyoppley 2026. 3. 13.

프랜차이즈 진짜 주인(사모펀드, 점주 피해, 자본주의의 작동)
프랜차이즈 진짜 주인(사모펀드, 점주 피해, 자본주의의 작동)

저는 평소 메가커피를 자주 이용했습니다. 집 근처에만 3개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같은 브랜드인데도 매장마다 서비스 품질이 달라지고, 가격은 조금씩 오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냥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이번에 프랜차이즈 뒤에 숨은 자본 구조를 알게 되면서 그 이유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매일 가는 치킨집, 커피숍, 햄버거 가게의 진짜 주인이 따로 있었고, 그들의 목표는 '좋은 가게 만들기'가 아니라 '기업 가치 올려서 되팔기'였습니다. 소비자와 점주는 이 구조 안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있을까요?

사모펀드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는 소수의 큰손 투자자들이 자본을 모아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투자 집단입니다. 여기서 사모펀드란 공개 모집이 아닌 사적으로 자금을 모으는 펀드를 의미하며, 주로 기업을 사서 가치를 올린 뒤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냅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이들이 쓰는 핵심 기법이 바로 LBO(Leveraged Buyout), 즉 차입매수입니다.

LBO란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서 그 기업을 사들이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기업이 자기 자신을 담보로 제공하는 구조인데, 이때 발생한 빚은 사모펀드가 아니라 인수된 기업이 갚게 됩니다. 저는 처음 이 구조를 접했을 때 '이게 가능한 거였어?' 싶었습니다. 실제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사용한 방식이 바로 이것이었고, 이후 홈플러스는 빚을 갚느라 알짜 매장을 팔아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저가 커피나 치킨 같은 프랜차이즈에 이들이 몰릴까요? 구조가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가맹점이 하나 생길 때마다 창업 비용은 점주가 내고, 본사는 원두·컵·포장재 같은 물류 공급으로 자동 매출이 발생합니다. 거기다 매달 로열티까지 들어오니, 매장이 1,000개면 본사 매출도 1,000배로 뛸 수 있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메가커피는 2021년 사모펀드 프리미어파트너스에 인수될 당시 매출이 879억 원이었는데, 3년 뒤인 2024년엔 4,960억 원으로 약 5.6배 증가했습니다(출처: 공정거래위원회). 투자금 1,400억 원은 배당만으로 전액 회수됐고, 기업 가치는 7,000억 원 이상으로 뛰었습니다. 사모펀드 입장에서 이보다 깔끔한 투자처가 없는 셈이죠.

저가 커피는 경기 민감도도 낮습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자들이 스타벅스 대신 1,500원짜리 커피로 내려오기 때문에, 오히려 불황일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역설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에서 달러샵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 몇 년간 BHC, 메가커피, 버거킹, 투썸플레이스, 맘스터치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 대부분이 사모펀드 손에 들어갔습니다.

점주 피해

사모펀드가 프랜차이즈를 인수하면 가장 먼저 바뀌는 건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즉 핵심 성과 지표입니다. KPI란 기업이 목표 달성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 설정하는 지표로, 쉽게 말해 '무엇을 잘하면 성공으로 보느냐'를 정하는 기준입니다. 사모펀드는 보통 5~7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하고 되파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KPI를 '기업 가치 상승'에 맞춥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점주와 소비자의 경험은 크게 갈립니다.

버거킹은 2012년 한 앤 컴퍼니(현 VI파트너스)가 인수한 뒤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대폭 늘리고,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고, 히트 메뉴를 개발하면서 점주 하루 매출이 200만 원대에서 420만 원대로 약 2배 뛰었습니다. KPI가 '동일 점포 매출 성장'이었기 때문에 점주도 함께 성장한 케이스입니다.

반면 BHC는 인수 후 6년간 배당으로 빠져나간 돈이 5,802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번 돈의 85%를 투자자에게 돌린 셈인데, 한국 평균 상장사 배당 성향이 26%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치입니다. 메가커피도 본사 매출은 5배 이상 뛰었지만, 매장이 4,000개를 넘어서면서 같은 상권 안에 메가커피끼리 경쟁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본사는 신규 출점만 늘리면 매출이 올라가지만, 개별 점주 입장에서는 매출이 쪼개지는 구조입니다.

저는 예전에 자주 가던 BHC 매장 사장님이 "요즘 같은 브랜드 치킨집이 너무 많이 생겨서 힘들다"라고 하시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그냥 경쟁이 심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제 보니 본사의 KPI가 '신규 출점 수'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소비자도 변화를 체감합니다. 사모펀드 인수 이후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가격 인상이 이어졌습니다. KFC는 사모펀드와 인수 계약을 맺은 지 한 달 만에 가격을 올렸고, 투썸플레이스도 칼라일 인수 이후 꾸준히 가격을 올렸습니다. BHC는 닭을 브라질산으로 바꾸면서도 가격은 인상했습니다. '요즘 이 브랜드 별로다' 싶었던 그 느낌,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사모펀드에게 내는 보이지 않는 수수료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자본주의의 작동

그렇다면 사모펀드는 무조건 나쁜 걸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맘스터치 정현식 회장은 맨몸으로 시작해 20년 넘게 갈아 부어 햄버거 브랜드를 수천 개 매장으로 키웠고, 그 회사를 1,900억 원에 팔았습니다. 이게 잘못된 건 아니죠. 창업하고 키우고 팔아서 보상받는 것, 그게 자본주의입니다.

맘스터치를 인수한 케이엘파트너스는 맥도널드 출신 전문 경영인을 데려와 비주력 메뉴를 정리하고, 물류망을 효율화하고, 일본 시부야에 1호점까지 냈습니다. 오너 혼자였으면 이런 시스템적 전환이 가능했을까요? 창업주는 제값에 빠져나오고, 사모펀드는 더 비싸게 만들어서 다시 팔고, 둘 다 이기는 구조입니다. 자본주의 교과서에 나오는 딱 그 그림이죠.

하지만 여기서 진짜 질문이 나옵니다. 망가뜨리면 못 파는 게 자본주의인데, 홈플러스는 왜 그렇게 됐을까요?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 2,000억 원에 샀는데, 그중 4~5조 원을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빌렸습니다. 그 빚을 갚으려고 알짜 매장을 팔았고, 그 사이 쿠팡이 치고 올라왔습니다. 소프트뱅크 돈을 등에 업은 쿠팡과 달리, 홈플러스는 빚 갚느라 재투자할 돈이 없었던 겁니다.

결국 4년 연속 영업적자 끝에 기업회생 신청까지 갔고, MBK는 2조 5,000억 원짜리 지분을 날리고 5,000억 원을 추가로 집어넣었습니다. '먹튀'가 아니라 자기가 더 크게 물린 거죠. 자본주의가 응징한 겁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홈플러스 직원 10만 명과 납품 중소기업이 피해를 받았습니다. 자정 작용이 작동하는 타이밍이 너무 늦었던 겁니다.

지금 버거킹, 파파존스, KFC가 동시에 매물로 나와 있는데 잘 안 팔리고 있습니다. 사모펀드는 '이 영업이익 기준으로 이 가격'이라고 하고, 사려는 쪽은 '그 영업이익 지속 안 된다, 점주 이탈 중이다'라며 안 받는 겁니다. 자본주의가 작동하고 있는 거죠.

최근 법도 바뀌고 있습니다. 2025년 12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점주들이 단체를 만들어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하면 본사에 공식 협의를 요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본사가 무시하면 시정조치 명령까지 받을 수 있고요. 또 홈플러스 사태 이후 LBO 규제법안 논의도 시작됐고, 금융감독원은 MBK에 직무정지를 포함한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습니다. 국내 사모펀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법 개정이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점주 협상력이 강해지면 본사가 마음대로 원가를 전가하거나 로열티를 올리기 어려워지니까요. 코스피에 상장된 교촌에프앤비, 더본코리아도 똑같이 이 규제 안에 있습니다. 법이 좋아지는 게 투자자에게 꼭 호재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앞으로 평소 자주 가던 브랜드를 고를 때, 그냥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브랜드가 지금 사모펀드 몇 년 차인지, 신규 매장이 얼마나 빠르게 늘고 있는지, 우리 동네 반경 1km 안에 같은 브랜드가 몇 개나 있는지를 한 번쯤 체크하게 될 것 같습니다. 매장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면 본사 KPI가 출점 수에 맞춰져 있다는 신호이고, 그 구조에서 점주 수익은 쪼개질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가격 오르고 양 줄고 퀄리티 떨어지는 흐름이 보이면, 그 브랜드가 펀드 엑시트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어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발로 투표하는 거고, 그게 시장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q3Kcs0In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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