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억 모으기를 시작한 사람 중 80%가 1천만 원 이전에 포기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저도 그 80%에 속할 뻔한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명품백 하나 살 수 있는 금액이 통장에 모였을 때, 처음으로 "적금 깰까?"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80만 원의 벽, 가장 위험한 첫 관문
저축을 시작하고 처음 80만 원을 모았을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한 달 내내 약속을 거절하고, 사고 싶은 것도 참고, 주말에도 집에만 있었는데 통장에 찍힌 금액은 고작 80만 원이었습니다. 여기서 '고작'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그 한 달이 제게는 정말 길고 힘든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즉각적 만족 지연(Delayed Gratification)' 능력이 이때 가장 많이 요구됩니다. 여기서 즉각적 만족 지연이란 당장의 작은 즐거움을 포기하고 미래의 더 큰 보상을 위해 참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저도 이 개념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습니다.
주변에서는 "그 정도면 잘하고 있는 거야"라고 말했지만, 솔직히 와닿지 않았습니다. 이 속도로 1억을 모으려면 몇 년이 걸릴지 계산해 보니 막막했습니다. 그때 제가 찾은 방법은 재테크 커뮤니티에 가입하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 이미 그 과정을 겪어낸 선배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위안을 얻었습니다.
돈을 모을 때의 큰 위기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에 또 한 번의 큰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이 금액대가 위험한 이유는 '뭔가 살 수 있는' 금액이기 때문입니다. 명품 입문백 하나, 해외여행 한 번, 고급 가전제품 하나를 살 수 있는 금액입니다.
저는 6년 차 직장인이고 차도 있어서 고정비가 계속 나갑니다. 기름값, 보험료, 자동차세까지 합치면 한 달에 30만 원은 기본입니다. 그런데 강남역을 지나다가 제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면, 자연스럽게 비교가 됩니다. "저 가방 50만 원은 할 텐데, 나도 못 사는 건 아닌데 왜 나는 안 사지?"
소비자 심리학에서는 이를 '상대적 박탈감(Relative Deprivation)'이라고 부릅니다. 상대적 박탈감이란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느끼는 결핍감을 의미합니다. 통장에 500만 원이 있으면 객관적으로는 잘 모으고 있는 것인데, SNS에서 또래들의 소비를 보면 마치 제가 뒤처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한국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30대 직장인의 평균 저축률은 소득의 15~20% 수준입니다(출처: 한국금융연구원). 저는 그보다 훨씬 많이 저축하고 있었지만, 그 사실보다는 "나는 왜 명품이 없지?"라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1천만 원을 모았을 때는 기뻤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무더운 여름날, 퇴근 후 경기도 버스를 세 번이나 놓쳤을 때였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기사님이 아예 정류장을 그냥 지나쳐 버렸습니다.
그때 제 눈앞에는 택시가 계속 지나갔습니다. 서울에서 용인까지 택시를 타면 약 3만 5천 원 정도 나옵니다. 통장에 1천만 원이 있는데도, 저는 그 3만 5천 원이 아까워서 35도가 넘는 날씨에 한 시간 넘게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그 순간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라는 생각이 정말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 가치(Time Value)'의 문제였습니다. 시간 가치란 같은 금액이라도 현재의 돈과 미래의 돈은 다른 가치를 가진다는 경제학 개념입니다. 제 한 시간의 가치를 3만 5천 원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었던 겁니다.
3천만 원, 격차를 마주한 순간, 포기유혹
3천만 원을 모았을 때 제가 겪은 가장 큰 현타는 '자산 격차'였습니다. 지인 중 한 명이 부모님으로부터 아파트를 물려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그날 밤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제가 3년 동안 악착같이 모은 3천만 원과, 그 사람이 물려받은 7억짜리 아파트를 비교하게 됐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상속·증여로 인한 자산 이전 규모는 연간 약 70조 원에 달합니다(출처: 통계청). 이 말은 누군가는 노력 없이도 큰 자산을 가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가까운 사람에게서 듣게 되니 충격이 컸습니다.
그때 저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적금 깰까?"를 고민했습니다. 어차피 격차를 좁힐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쓰면서 사는 게 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깨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지난 시간 동안 쌓아온 것들을 다시 0부터 시작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주요 현타 극복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같은 목표를 가진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동기 부여받기
- 절대적 금액보다 '꾸준함'에 집중하기
- 남과의 비교가 아닌 과거의 나와 비교하기
결국 5천만 원을 넘어서자 더 이상 큰 흔들림은 없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건, 1억 모으기는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게임이 아니라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을 계속 이겨내는 게임이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어느 순간 비슷한 현타가 올 겁니다. 그때 포기하지 않고 버티면, 그다음 구간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